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님들에게 "가장 힘든 케어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아마도 '양치질'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발톱 깎기나 목욕은 어쩌다 한 번 하면 되지만, 양치질은 매일 해야 하는 숙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귀찮음의 문제가 아니라, 고양이의 수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우리는 이 전쟁을 멈출 수 없습니다.
많은 집사님들이 "우리 아이는 건사료도 오독오독 잘 씹어 먹으니 이빨은 튼튼할 거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장 위험한 착각 중 하나입니다. 고양이는 야생의 본능이 남아있어 극심한 통증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고 밥을 먹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고양이 치아 건강의 숨겨진 적과 현실적인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목차
- 아기 고양이의 이갈이 시기와 주의사항
- 소리 없는 고통, 치아 흡수성 병변(FORL)
- 입 냄새와 잇몸 붉어짐의 경고: 구내염
- 현실적인 양치질 성공 전략 (단계별 훈련)
- 스케일링과 마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참고하면 좋은 전문 자료
1. 아기 고양이의 이갈이 시기와 주의사항

초보 집사님들이 청소기를 돌리다가 바닥에 떨어진 쌀알 같은 것을 보고 놀라서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리곤 합니다. 바로 아기 고양이의 유치입니다. 고양이도 사람처럼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납니다.
보통 생후 3개월 경부터 이갈이가 시작되어 6~7개월이면 영구치 30개가 모두 자리를 잡습니다. 이 시기에는 잇몸이 간지러워 전선이나 가구를 물어뜯을 수 있으니, 씹기 좋은 장난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유치가 빠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잔존 유치'가 발생하면 영구치 사이에 치석이 쉽게 끼게 되므로, 중성화 수술 시 수의사와 상담하여 발치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2. 소리 없는 고통, 치아 흡수성 병변(FORL)
고양이 치과 질환 중 가장 무서운 것을 꼽자면 단연 '치아 흡수성 병변(FORL)'입니다. 쉽게 말해 치아가 녹아내리는 병입니다. 3세 이상 고양이의 50%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증상은 치아와 잇몸 경계 부분이 분홍색 살점처럼 차오르거나, 치아가 깨진 것처럼 보입니다. 신경이 노출되므로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지만, 고양이는 밥을 씹지 않고 그냥 삼키는 방식으로 식사를 계속하기 때문에 집사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양치를 시키려고 입을 만졌을 때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하악'질을 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3. 입 냄새와 잇몸 붉어짐의 경고: 구내염
단순히 사료 냄새가 아니라, 생선 비린내 나 하수구 냄새 같은 악취가 고양이 입에서 난다면 구내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고양이의 잇몸 만성 구내염은 바이러스(칼리시, 허피스)나 면역력 저하, 치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경계선이 핏빛으로 붉게 부어오르는 것입니다. 심한 경우 침을 질질 흘리거나, 그루밍을 하지 못해 털이 푸석해집니다. 구내염은 약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결국 전발치(모든 이빨을 뽑는 수술)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4. 현실적인 양치질 성공 전략 (단계별 훈련)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얌전하게 양치하는 고양이는 유니콘 같은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칫솔을 입에 넣으려 하면 100% 실패합니다. 칫솔질은 고양이에게 매우 불쾌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단계를 천천히, 최소 한 달에 걸쳐 진행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 1단계 (입 주변 만지기): 턱이나 입 주변을 쓰다듬으며 보상을 줍니다. 입을 만지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 2단계 (맛보기): 닭고기 맛, 참치 맛이 나는 고양이 전용 치약을 손가락에 짜서 핥아먹게 합니다. 치약을 간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 3단계 (손가락 칫솔질): 거즈나 손가락 칫솔에 치약을 묻혀 송곳니부터 살짝 문지릅니다. 어금니까지 억지로 넣지 마세요.
- 4단계 (도구 사용): 익숙해지면 아주 작은 헤드의 칫솔을 사용합니다.
매일 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서로 스트레스를 받아 관계가 틀어지는 것보다는 2~3일에 한 번이라도 꼼꼼히 해주는 것이 낫습니다.
5. 스케일링과 마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양치질을 아무리 잘해도 치석은 쌓입니다. 그래서 주기적인 스케일링이 필요한데, 많은 분들이 '전신 마취'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이를 미룹니다.
"마취 없는 스케일링은 안 되나요?"라는 질문도 많지만, 수의학적으로 이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스케일러가 움직이는 동안 고양이를 강제로 제압하면 극심한 공포를 줄 뿐만 아니라, 잇몸 안쪽의 치석(치주 포켓)을 제거하지 못해 겉만 깨끗해 보이는 미용적인 조치에 그칠 뿐입니다. 최근에는 호흡 마취와 꼼꼼한 사전 검사를 통해 마취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있으니, 주치의와 상담하여 정기적으로 치석을 제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신장 및 심장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6. 참고하면 좋은 전문 자료
인터넷의 '카더라' 정보보다는 전문 기관의 가이드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 미국 수의치과협회(AVDC): 반려동물 치과 질환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정보와 구강 관리 제품 인증 목록(VOHC)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VDC 바로가기 - 코넬대학교 고양이 건강 센터: 고양이 구강 질환에 대한 최신 연구 자료와 집사를 위한 관리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Cornell Feline Health Center 바로가기
고양이의 시간은 사람보다 4배 빠르게 흐릅니다. 우리가 귀찮아서 미룬 하루의 양치질이 고양이에게는 4일 치의 치석이 되어 쌓인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