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광견병 치사율 100% 집냥이 안전할까?

반응형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의외로 예방접종에 대해 느슨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특히 "우리 고양이는 산책도 안 하고 집에서만 지내는데 굳이 광견병 주사를 맞혀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이름부터가 '광견병(狂犬病)'이니 개만 걸리는 병이라고 오해하기 쉽고, 실내 생활만 하는 고양이는 바이러스와 접촉할 일이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것은 목숨을 건 도박과도 같습니다. 광견병은 발병하면 치료법이 없고, 치사율이 사실상 100%에 달하는 무서운 인수공통전염병입니다. 오늘은 단순히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넘어, 고양이 광견병의 구체적인 증상과 왜 집냥이도 안심할 수 없는지, 그리고 2025년 현재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 의무 사항까지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이름은 광견병, 하지만 고양이가 더 위험할 수 있다?

 광견병의 바이러스 명칭은 '랍도 바이러스(Rhabdovirus)'입니다. 이 병의 한자 이름이 미칠 광(狂), 개 견(犬)을 쓰다 보니 개들의 전유물로 여겨지지만, 영어권에서는 'Rabies'라고 부르며 모든 온혈 동물에게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로 분류합니다. 개, 고양이뿐만 아니라 너구리, 오소리, 쥐, 그리고 사람까지 감염 대상입니다.

 수의학계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는 개보다 고양이에 의한 광견병 발생 건수가 더 높게 집계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는 산책 시 목줄을 하고 통제가 용이하며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습니다. 반면 길고양이들은 통제가 불가능하고, 외출을 자유롭게 하는 마당 냥이나 산책 냥이의 경우 야생 동물과의 접촉 빈도가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2. "집 밖은 안 나가요" 실내묘가 감염되는 의외의 경로

 많은 집사님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아파트 10층인데 설마 광견병이 걸리겠어?"라고 생각하십니다. 물론 확률은 낮습니다. 하지만 '0%'는 아닙니다.

  • 침입자: 열린 창문이나 방충망 틈으로 들어온 박쥐나 감염된 곤충, 혹은 작은 설치류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우발적 가출: 단 10분의 짧은 가출이라도 그 사이에 감염된 길고양이나 너구리와 싸움이 붙어 물린다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 다묘 가정의 전파: 새로 입양한 고양이가 잠복기 상태에서 기존의 고양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고양이는 집순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명적인 질병의 백신을 생략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입니다.

3. 조용한 살인마, 고양이 광견병의 3단계 증상

 고양이가 광견병에 걸리면 개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증상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1단계: 전구기 (Prodromal Phase)
감염 초기 2~3일.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합니다. 애교가 많던 아이가 숨거나, 시크하던 아이가 집착합니다. 발열과 식욕 부진이 나타납니다.
2단계: 광조기 (Furious Phase)
극도로 흥분하고 공격성을 보입니다. 동공이 풀리고 입을 다물지 못해 침을 흘리며, 물을 무서워합니다. 아무 물건이나 물어뜯으려 합니다.
3단계: 마비기 (Paralytic Phase)
조용히 진행되는 경우입니다. 턱과 목 근육이 마비되어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고, 결국 호흡 근육 마비로 사망합니다.

4. 법적으로 의무? 과태료와 정부 지원 백신 활용법

 대한민국에서 광견병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닌 '법적 의무'입니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모든 소유주는 매년 1회 예방접종을 해야 하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 비용이 부담된다면 '광견병 예방접종 지원 기간'을 활용하세요. 보통 봄(4~5월)과 가을(9~10월)에 지자체별로 운영됩니다. 이 기간에는 관할 구청에서 백신을 지원하므로, 지정 동물병원에서 시술료(약 5천 원~1만 원)만 내고 접종할 수 있습니다.

5. 만약 고양이에게 물렸다면? 사람의 대처 프로토콜

 만약 광견병이 의심되는 고양이(혹은 길고양이)에게 물렸거나 할퀴어졌다면 다음 순서를 따르세요.

  1. 즉시 세척: 상처 부위를 비누와 흐르는 물로 15분 이상 씻어냅니다. (비누가 바이러스 피막을 녹임)
  2. 소독 및 병원 방문: 포비돈 등으로 소독 후 즉시 응급실이나 감염내과를 방문합니다.
  3. 동물 관찰: 가해 동물을 10일간 격리 관찰합니다. 10일 동안 동물이 살아있다면 물렸을 당시 전파력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합니다.

6. 요약 및 결론

 고양이 광견병은 '설마' 하는 방심을 틈타 가족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치료제가 없다는 점,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점, 그리고 실내묘라도 100% 안전지대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매년 동물병원에 가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 작은 주사 한 방이 내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우리 가족 모두를 지키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보호막입니다. 봄, 가을 지원 기간을 놓치지 마시고 올해도 잊지 말고 접종 수첩을 채워주세요.


참고 자료 및 출처
- 농림축산검역본부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 (KAHIS)
- 질병관리청 인수공통감염병 관리 지침

반응형